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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회]웅녀, 이브, 판도라Ⅳ
    2012-10-30 02:32:33
  • -실패한 호랑이: 또 다른 여자 (The Failed Tiger: The Other Woman) 


    처음에는 똑같이 짐승의 상태를 공유하고 똑같이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두 마리의 동물이 있었다. 그러면 왜 하나는 곰이고 다른 하나는 호랑이었을까? 둘 중의 오직 하나, 곰만이 인간이 되는데 성공하는 반면 다른 동물, 호랑이는 실패한다. 왜 그 둘은 같은 종류가 아니었을까? 왜 두 마리의 곰이나 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아니었을까?

    이 신화는 시베리아나 북부아시아 지역의 곰숭배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에게 호랑이는 가장 많은 숭배를 받는 동물일 뿐만 아니라 예부터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88 서울올림픽의 상징동물도 호돌이였다.) 이 신화의 기록이 담겨있는 ‘삼국유사’에는 곰이 8번만 나오는데 반해 호랑이는 무려 26번이나 등장한다. 따라서 고대한국인들에게 곰보다 호랑이가 더 친숙한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곰이 아니라 왜 호랑이가 실패했을까?

     

                                                                                ▲시베리아호랑이의 얼굴 
     

    산신령의 상징 호랑이

     

    한국의 민담, 설화 등에서 호랑이는 흔히 산신령으로 나타난다. 이 논문의 3장에서 내가 언급했듯이 이조 중엽 흰수염의 할아버지 모습으로 합병되기 전까지 호랑이는 산신령의 유일한 상징이었다. 그렇다면 호랑이의 ‘성(性)’이 문제가 된다. 호랑이는 남성인가, 여성인가? 산신(montain god)의 상징으로서 호랑이의 ‘성(性)’을 연구한 김무조의 연구에 따르면 호랑이는 여성이다. 그리고 호랑이는 흔히 ‘산신할머니’라고 불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군신화를 연구하고 호랑이의 ‘성(性)’에 대해 언급한 주요 학자들은(백남운, 이병도, 김무조 등) 이 신화 속 호랑이의 상징을 남성으로 해석하였다.

     

    산신으로서 호랑이의 성을 여성으로 인정한 김무조도 이 신화 속 호랑이를 남성으로 간주한다. 그에 따르면 곰과 호랑이는 남편과 부인으로 부부였으며 환웅에게 아내를 잃은 호랑이의 슬픔이 한국문학의 기원을 이루었을 거라고 유추했다. 나는 호랑이를 남자로 이해하려는 한국 학자들의 경향은 본질적으로 남녀관계가 각인된 젠더문화에 대한 그들의 무지 탓이라고 생각한다.

     

    호랑이가 인간이 되지 못한 실패의 이유는 동굴 속에서 지시받은 대로 어둠의 은둔기간을 지키지 못한 때문으로 설명 되어졌다. 동굴은 곰과 호랑이 둘 다 그때까지 살던 장소이기 때문에 여기서 호랑이가 지키지 못한 것은 햇빛을 보지 말라는 어둠의 금기이다. 인간이 되기를 바란 호랑이는, 곰과 똑같이 환웅에게 빌었고, 먹으라는 약초를 먹었고, 동굴의 어둠 속에서 금기를 깨기 전까지 그의 지시를 지키고 있었다.

     

    햇빛을 보지 말라는 것의 의미는?

     

    호랑이가 얼마나 오래동안 환웅의 지시를 지켰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비록 곰이 21일 만에 인간의 몸을 얻는데 성공했지만 곰과 호랑이 둘 다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아야 했다. 따라서 우리는 호랑이가 지킨 금기기간은 1일 부터 20일 이내라고 유추할 수 있다. 20일 이내 라는 기간은 애초에 지시되었던 100일의 5/1에도 못 미치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금기를 지키는 호랑이의 능력은 자신의 실현 가능성은 물론 사회의 기대치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호랑이의 실패 원인을 인내 부족으로 돌리고 있다. 문화적으로 권위에 대한 복종과 곤경에 대한 인내는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져 왔다.

     

    이제 호랑이가 실패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호랑이는 왜 실패했을까? 호랑이가 정말로지키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햇빛을 보지 말라는 것의 의미는 여기에서 무엇일까? 텍스트는 오로지 지키지 못했다는 것만 이야기할 뿐 다른 어떤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고대 왕들에 대한 다른 기원신화들에는 “햇빛을 보는 것(seeing the sunlight)"이 종종 하늘의 자손을 잉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군신화와 같이 ‘삼국유사’에 기록된 고구려(37 B.C. - 668 A.D.)의 시조 고주몽(동명왕)의 탄생설화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금와가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를 데려다가 방에 가두었더니 햇빛이 유화의 몸을 따라다니며 비추었다. 그로 인하여 태기가 있더니 마침내 닷되들이만한 알을 하나 낳으니”(삼국유사 영문판: Kumwa confined the woman in a dark room. But the blazing sunlight clasped her and cast its warmest rays over her body long and tenderly, till she conceived and gave birth to a giant egg.)

     

    “햇빛을 보는 것”은 분명히 임신의 모티프와 관련이 있다. 위의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여기에서 햇빛은 환한 대낮의 열린 장소에서의 햇빛이 아니라 어둠 속의 햇빛이어야만 한다. 어두운 방은 곰과 호랑이가 있는 어두운 동굴 속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신화의 배경이 되는 농경사회의 조건들을 감안하면 곡식에 생명을 주는 햇빛의 상징은 하늘과 땅 사이의 교접을 의미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성적인 만남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햇빛을 남자로 대체시켜 해석하게 되면 “햇빛을 보지 말라”는 금기의 의미는 여성의 처녀성이나 정절에 대한 요구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호랑이는 여성의 성(性)을 대변

     

    호랑이는 분명하게 여성의 성(性)과 관련이 있는 약초를 먹었고 이 성적으로 강화된 호랑이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햇빛, 즉 남자를 보지 않고 은둔해야만 했다. 따라서 호랑이는 성적 관계의 금기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결론내리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호랑이는 유혹에 넘어가 실패하였고 그녀의 금기는 깨지고 고립은 끝났으며 그녀의 명예는 더럽혀졌다.

     

    호랑이의 실패는 여성의 성(性)에 대한 고대 한국사회의 생각을 상징한다. 그것은 모성과 관련되지 않은 여성의 성(性)을 실패로 규정한다. 곰이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사회의 순치작업의 대상이 된 여성들을 대변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성을 두가지 서로 다른 종류로나누려는 고대 한국 남성들의 시도를 읽는다. 유사한 방법으로 고대 그리스인들도 여성을 사회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규율없는 여자와 출산하도록 통제받은 “gyne"의 두가지 종류로 분류했다.

     

    곰이 모성을 대변하는데 반해 호랑이는 여성의 성(性)을 대변한다. 이 모순적인 분리-여성의 성(性)이 없다면 모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국 사회를 여성의 분열로 안내하게 되고 그 결과 한국 여성들은 성과 관련해 두 종류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고대 한국 사회는 곰의 경우를 성공으로 규정함으로써 여성들에게 모성만이 유일한 성공의 길로 인정받게끔 만들었다. 실패한 호랑이는 어떤 종류의 여성들(출산하지 못하는)은 ‘여자’(아들을 낳을 수 있는)가 되는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대변한다. 논리적으로 모든 호랑이가 잠재적 ‘여성’이기 때문에 호랑이를 완전히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만약 우리가 곰과 호랑이가 맨 처음 똑같은 상황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 여자’가 되어야 하는 한국 여성들의 상황을 둘 다 공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과 호랑이는 서로 정반대의 입장에 놓여 있다. 곰이 자신의 여성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그녀는 반대편에 놓여 있는 자신의 다른 부분을 없애야만 한다. 모성은 그녀의 성(性)을 부정한 후에야 주어진다. 따라서 호랑이는 그녀의 또 다른 반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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