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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회]웅녀, 이브, 판도라Ⅴ
    2012-11-05 08:13:00
  • -이브 신화


    히브리 신화의 이브와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는 서구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모두 여성이 왜 창조되었는지를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비서구사회에 대한 서구문화의 제국주의적 영향을 고려해볼 때 이브와 판도라의 이미지가 비서구 여성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은 상징적으로 보편적인 ‘여성’을 대변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도 어떤 측면에서 웅녀보다 더 유명하다. 따라서 이들 두 여성에 대한 비교가 ‘여자’의 보편성을 둘러싼 혼란을 분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나는 희망한다.

     

    창세기에는 서로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인간 창조 이야기가 공존

     

    서구 문명은 남녀문제와 도덕의 규정, 그리고 주요한 비유를 상당부분 성경에서 가져 온다. 인간 창조 이야기가 담겨있는 창세기에는 시와 산문들 그리고 신화적이고 민속적인 인물들이 섞여서 등장한다. 성경의 필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J, E 그리고 P판의 세가지 주요 전통이 인정받아 왔다. 학자들은 성경이 몇 몇 개인들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예루살렘의 사제를 겸한 편저자들 집단에 의해 수백년을 내려오며 집필돼 오다가 기원전 7세기경에 이르러 완성되었다는데 일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창세기에는 서로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인간 창조 이야기가 공존한다. 아담의 갈비뼈를 취해 만든 이브 이야기는 창세기 2장 18-25절에 등장하고 남성과 여성을 당신의 모습대로 동등하게 창조하는 이야기는 창세기 1장 27-28절에 등장한다. 이제 그 두 가지 이야기를 모두 살펴 보자:

     

    [A] 창세기 1장 27-28절: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So God created man in his own image, in the image of God he created him; male and female he created them, "Be fruitful and multiply, and fill the earth and subdue it; and have dominion over the fish of the sea and over the birds of the air and over every living thing that moves upon the earth.")

     

    [B] 창세기 2장 18-25절: 야훼 하느님께서는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의 일을 거들 짝을 만들어 주리라”하시고, 들짐승과 공중의 새를 하나하나 진흙으로 빚어 만드시고, 아담에게 데려다 주시고는 그가 무슨 이름을 붙이는가 보고 계셨다. 아담이 동물 하나하나에게 붙여 준 것이 그대로 그 동물의 이름이 되었다. 이렇게 아담은 집짐승과 공중의 새와 들짐승의 이름을 붙여 주었지만 그 가운데는 그의 일을 거들 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야훼 하느님께서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신 다음, 아담의 갈빗대를 하나 뽑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시고는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신 다음, 아담에게 데려 오시자 아담은 이렇게 외쳤다. “드디어 나타났구나!/내 뼈에서 나온 뼈요,/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지아비에게서 나왔으니/지어미라고 부르리라!” 이리하여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 아담 내외는 알몸이면서도 서로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 (Then the Lord God said, "it is not good that the man should be alone; I will make him a helper fit for him." So the Lord God caused a deep sleep to fall upon the man, and while he slept took one of his rips and closed up its place with flesh; and the rib which the Lord God had taken from the man he made into a woman and brought her to the man. Then the man said, "This at last is bone of my bones and flesh of my flesh; she shall be called Woman, because she was taken out of man." Therefore a man leaves his father and his mother and cleaves to his wife, and they become one flesh. And the man and his wife were both naked, and were not ashamed.)

     

                                                                      ▲릴리스와 아담, 그리고 이브
     

    스탠튼의 창세기 비판

     

    [A]이야기에는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게 창조돼 양성이 평등하게 보이고 인류에 대한 벌도 없는 반면 [B]이야기에는 아담이 이브보다 먼저 만들어진다. 창세기 2장 7절: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then the Lord God formed man of dust from the ground, and breathed into his nostrils the breath of life; and man bacame living being.) 그리고 한참 후에 여자가 만들어지고 그녀를 만든 목적은 남자를 보조하여 돕기 위해서다. 여성의 역할은 하느님에 의해 남자를 돕기 위한 ‘배우자(help meet)'로 규정되고 실제로 그녀는 문자 그대로 남자의 일부를 취해 만들어진다.

     

    아담의 갈비뼈를 취해 여자를 만들어낸 이야기는 문자 그대로 신으로부터 주어진 여성의 타고난 열등성으로 해석되었다. 여성을 위한 '여성성경(The Woman's Bible)'을 따로 펴낸 미국의 여성참정권 지도자 엘리자베스 스탠튼(Elizabeth Stanton)은 성경에 나타나는 두가지 인간창조 이야기에 대해 아주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여자는 창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남자와 동등하게 권력과 영광을 나누는 위엄있는 존재로 다루어진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여자는 ‘단순한 사후생각(mere afterthought)'에 불과하다. 세상은 그녀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그녀를 등장하게 만든 유일한 이유는 남자의 고독이었다.”

     

    미국 여성참정권 운동의 대표적 지도자였던 스탠튼의 창세기 비판은 성경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관점을 대변한다. 그녀는 성경 속의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요약했다:

     

    “성경은 여성이 세상에 죄와 죽음을 가져왔다고 가르친다. 그녀가 하늘의 심판에 맡겨진 유혹에 넘어가 죄를 짓고 처벌을 받아 인류의 타락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결혼은 그녀에게 구속의 조건이며 출산은 고통과 괴로움의 기간이다. 그녀는 침묵과 복종 속에서 모든 물질적 필요를 남성의 너그러움에 기대야 하는 의존적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시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비롯해 그녀가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정보에 대해 집에서 남편에게 묻도록 명령받았다. 여성에 대한 성경의 입장은 여기에 짧게 요약돼 있다.” 


    성경의 인간창조 이야기에서 하느님은 우주에 유일한 창조주이며 모든 천지만물이 그 안에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신과 달리 여신과 동반하지 않고 한국의 천신, 환인의 경우와 달리 가족과 연결된 어떤 끈도 없다. 우주의 창조나 지상의 생명체 생성에도 모성의 흔적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말로서 이뤄지는 창조행위

     

    그의 창조 행위는 말로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창조성의 상징화는 창세기 창조 설화에 하나의 ‘개념(concept)'이나 ’이름(name)'으로, ‘숨을 불어넣는(breath of life)' 행위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창세기 1장 3절: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And God said "Let there be light!" and there was light.) 하느님의 말씀이, 하느님의 숨결이 우주만물을 창조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름짓기의 권력을 아담에게 줌으로써 그를 창조자의 반열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여자는 다른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아담에 의해 이름이 지어진다. 성경에서 이브의 이름이 지어지는 과정은 창조의 상징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여성을 ‘자연스러운(natural)' 남성의 한 부분으로 규정한다. 그녀는 “내 뼈 중의 뼈, 내 살 중의 살(bone of my bone, and flesh of my flesh)"이라는 2중의 소유격으로 표현되었으며 그녀의 기원은 아담처럼 흙과 하느님의 숨결이 아니라 아담 자신이었다.

     

    성경 창조이야기에서 출산의 시련을 겪는 이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

     

    나는 남자의 몸에서 여자를 만들어낸다는 성경의 이브 창조이야기는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아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세기 2장 21절: “그래서 야훼 하느님께서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신 다음, 아담의 갈빗대를 하나 뽑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시고는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신 다음,” 그리스 신화에서 잠(Hypnos)과 죽음(Thanatos)은 쌍둥이 형제이며 마찬가지로 유태인들에게도 죽음은 잠에 비유되었다. 기독교인들은 잠과 죽음의 일치관계를 인정하여 받아들였고 우리는 지금도 시적 언어에서 잠과 죽음의 일치를 종종 발견한다.

     

    한국의 웅녀가 동굴 속에서 어둠의 은둔 시련을 견뎌야 했듯이 여자를 탄생시키기 위하여 아담도 잠/죽음의 시련을 견뎌야 했다. 따라서 성경의 창조이야기에서 이브 출산의 시련을 겪는 이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남자로 부터 취한 몸의 기관은 갈빗대(rib)로 나와 있다. 이 단어에 대한 해석은 한국에서 ‘단군’에 대한 해석처럼 폭넓게 토론 되었으며 어떤 학자들은 그것이 ‘옆구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학자, 미키 발은 남자들의 ‘다리(feet)'가 종종 '고환(testicles)'을 의미하는 것처럼 ’갈빗대‘나 ’옆구리‘는 ’배(belly)'를 완곡어법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유추한다.

     

    미키 발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궁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그렇다면 남자의 몸에서 최초의 여자를 탄생시키는 아담의 출산은 여자가 그녀의 몸에서 자녀를 탄생시키는 인간의 출산과 똑같다. 남자는 성스러운 창조의 기적을 통해서 여자를 탄생시킨다. 여기서 남자는 자신을 이 여자의 ‘어머니’로 규정한다. 만약 우리가 데리다의 ‘오버런(overrun)'을 다시 적용시킨다면, 고대 히브리인들은 남자를 ’어머니‘로 만듬으로써 인간 출산의 주체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이전시킨다. 그것은 여성을 곰으로 만든 한국의 경우와 유사하다. 나는 성경 속의 창조이야기를 이해하는 열쇠는 이 명백한 출산기능의 전이에 있다고 믿는다.

     

    창세기에는 출산의 힘이, 여자의 자궁을 열어 남자의 씨앗으로 축복을 주는 하나님으로 부터 나온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마치 산파처럼 하느님은 남자의 자궁을 열어 여자의 몸을 취한 후 그 곳을 살로 메워 놓는다. 아담의 창조(그는 흙으로 빚어 하느님의 숨을 불어 넣어 창조되었다)와 비교해 보면 이브 창조 이야기는 남자가 어머니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인간의 출산과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유태 민족의 음경할례가 가지는 의미는?

     

    이제 나는 유태인들의 할례 관습에 대해서 주목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할례는 남자들에게 성생활과 생식을 준비시키기 위해 사춘기에 치르는 성인식이었다. 그러면 ‘징표(token)'가 되는 특정 기관으로 왜 음경할례가 선택되었을까? 왜 그 표시가 이마나 가슴 또는 손가락이 아니라 음경에 실시되어야만 했을까?

     

    나는 아담의 갈비뼈 출산과 유태 민족의 음경할례 실천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어떤 측면에서 유태민족은 남성들의 음경할례를 통해 하느님이 아담에게 실시한 할례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음경할례에 암시된 상징이 가부장제에 미치는 반향은 매우 강력하다. 그것은 하느님에게 맡겨져 있던 출산의 권능이 이제는 남성에게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에게 전이되었던 출산의 권능은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가 아담에게 금지된 선악과를 내밀은 후에 이제는 처벌의 형태로 이브에게로 돌아온다: 

    창세기 3장 16-17절: 그리고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 그리고 아담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내의 말에 넘어가 따 먹지 말라고 내가 일찍이 일러 둔 나무 열매를 따먹었으니, 땅 또한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 살리라.” (To the woman he said, "I will greatly multiply your pain in childbearing; in pain you shall bring forth children, yet your desire shall be your husband, and he shall rule over you." And to Adam he said, "Because you have listened to the voice of your wife, and have eaten of the tree of which I commanded you 'you shall not eat of it,' cursed is the ground because of you; in toil you shall eat of it all the days of your life."

     

    성별 노동의 분화가 선포되었다: 남자는 가장이며 노동하는 사람이 되고 여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 뚜렷한 성별 역할의 구분으로 인해 실제적으로 선포된 것은 사실상 남자가 여자를 지배한다는 성별 지배에 있다. 그러면 금지된 나무 열매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브는 무슨 유혹에 넘어간 것일까?

     

    여성의 섹슈얼리티, 악의 근원으로 지목당해

     

    창세기 3장 3절: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되, 죽지 않으려거든 이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But God said, 'You shall not eat of the fruit of the tree which is in the midst of the garden, neither shall you touch it, lest you die.')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는 그것이 무슨 나무인지 성격이 애매모호하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창세기 2장 9절: 야훼 하느님께서는 보기 좋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를 그 땅에서 돋아나게 하셨다. 또 그 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돋아나게 하셨다. (the Lord God made to grow every tree that is pleasant to the sight and good for food, the tree of life also in the midst of the garden, and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대부분의 학자들이 금지된 나무는 단지 한 그루 뿐 인데 두 번 묘사됐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렇다면 그 문장의 의미는 “생명의 나무 즉, 지식의 나무(the tree of life namely, the tree of knowledge)”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에게 금지된 지식은 본질적으로 이중성을 갖게 된다: 그것은 선과 악을 구분하는 도덕적 지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성적인 지식이기도 하다. 성적인 지식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이 생명의 지식은 실로 개인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한 불멸(생명)을 제공한다.

     

    이브는 그녀의 치명적인 호기심 때문에, 여성 섹슈얼리티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인 출산능력을 고통과 괴로움을 동반한 처벌의 형태로 부여받는다. 인류의 에덴동산 추방이야기에서 여성의 성, 꼭 집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인간의 취약점으로, 또 악의 근원으로 지목당하고 그 이야기는 그대로 엄청나게 상징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성성경(The Woman's Bible)은 이브의 왕성한 호기심을 아담보다 우월하다고 칭찬하고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에 근거해 남성들이 그들의 우월이론을 세웠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라고 한탄했다.

     

    이름짓기의 권력

     

    이름짓기는 통치권을 상징하는 매우 강력한 행위이다. 성서학자이며 여성목사이기도 한 리 애너 스타(Lee Anna Starr)는 우리에게 “인류의 초기 역사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지은 이들은 아버지가 아니라 오히려 어머니들이었다.”고 전한다. 그녀는 또한 이브가 그녀 자손들의 이름을 지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창세기 4장 25절: 아담이 다시 아내와 한 자리에 들었더니 아내가 아들을 낳고는 “하느님께서 카인에게 죽은 아벨 대신 이제 또 다른 아들을 주셨구나”하며 이름을 셋이라고 지어 주었다.

     

    스타의 통계에 따르면 구약성서에 언급된 44건의 이름짓기 과정에서 여성이 이름을 지은 경우는 무려 26건에 달하는 반면 아담은 14건, 하느님이 4건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고대 시절에는 이름짓기의 권력이 어머니에게 속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현실이야 어떻든 하느님은 창세기에서 이름짓기의 권력을 아담에게 주고, 아담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자궁을 가진 사람(Womb-man)’이라는 의미의 고대어를 차용해 ‘여자(woman)'라 짓는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이름을 이브(Eve)라고 다시 짓는데 그것은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후 처음으로 한 일이었다. 창세기 3장 20절: “아담은 아내를 인류의 어머니라 해서 이브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모든 살아있는 것의 어머니‘라는 의미를 지닌 이브(Eve)라는 이름은 서술적이다. 남자는 그녀에게 이 특정한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그녀의 역할을 규정한다. 이브는 모성에 갇혔다. 나는 이브에 대한 내 토론을 페미니스트 학자 미키 발의 인용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브신화를, 이름하여 ’동정녀 마리아의 출산‘이라는 매우 중요한 새 국면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이브를 교정하는 마리아

     

    동정녀 마리아의 발명은 여성에게 부과되고 요구되는 그 자체로 가학적이다. 그것은 동정녀와 출산이라는 두가지 입장 사이의 모순적인 긴장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리아는 ‘순정(pure)’하다는 측면에서 이브를 교정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그것은 출발 개념부터가 자기모순적이다. 마리아의 부정적인 상대로 여겨지는 이브는 사실상 시작부터 섹슈얼리티와 모성을 공유함으로써 마리아보다 더 나았다. 그러나 남자는 그것을 인정하는 데 실패한다: 사랑의 향연을 맛본 후에 그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여자의 다른 측면, 즉 모성만을 강조한다. 따라서 일체성을 추구하기 위해, 이제 동정녀 마리아의 출현이 선고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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