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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회]웅녀, 이브, 판도라Ⅵ
    2012-11-13 12:50:27
  • - 판도라신화

     

    헤시오도스(Hesiod: 기원전 8세기 경의 그리스 시인)의 서사시 “신들의 기원, 그리고 노동과 하루하루(Theogony and Works and Days)"에는 오로지 여성의 창조와 관련된 그리스인들의 출처만이 제공된다. 헤시오도스는 기원전 7세기 경 이 책을 썼다. 실제로 그리스인들은 여자의 창조 이야기만 갖고 있고 남자의 창조 이야기는 갖고 있지 않다. 

     

                                                     ▲헤시오도스(출처:http://blog.naver.com/kingknight77/70111989697)


    제우스의 명령으로 창조돼

     

    여자는,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하늘의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보복으로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의 명령으로 창조되었다:


    “이아페토스의 아들아, 너보다 재주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너는 너와 그 뒤를 이을 후손들에게 저주가 될 불을 훔쳐 나를 속이고 크게 기뻐하고 있구나. 불을 훔친 댓가는 모든 남자들의 가슴을 매혹시켜 그들 자신의 파멸을 끌어안도록 만드는 악의 선물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신들의 아버지와 남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는 불, 대장공예의 신으로 널리 알려진 헤파이스토스에게 흙과 물을 섞어 사랑스러운 처녀를 빚으라고 명령했다; 아테나에게는 그녀의 기술과 복잡한 직물짜기를 가르치고, 황금의 아프로디테에게는 처녀의 머릿속을 우아함과 찌르는 듯한 욕망, 그리고 신경을 갉아먹는 열정으로 채워 넣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는 신들의 사자(使者)이며 아르고스 살해자인 헤르메스에게 ‘암캐 같은 마음과 도둑 같은 본성(the mind of a bitch and a thievish nature)’을 그녀에게 집어넣으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크로노스의 아들, 제우스신에게 모두 복종했다. 지체없이 그 유명한 절름발이신은 제우스신의 뜻을 따라 흙으로 수줍은 처녀의 사랑스러운 형상을 빚어냈고 회색눈의 여신, 아테나는 그녀에게 옷을 입히고 치장했다. 그리고 성스러운 우아함과 여왕 같은 설득력을 지닌 그녀는 황금목걸이를 주었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스러운 머리의 계절들은 봄꽃들로 그녀에게 관을 씌웠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그녀의 몸을 온갖 종류의 보석으로 장식했고, 아르고스의 살해자이며 신들의 사자(使者) 헤르메스는 천둥을 포효시키는 제우스신의 의지에 따라 그녀의 가슴에 거짓말과 달콤한 말들, 그리고 도둑같은 마음씨를 집어넣었다. 그 다음 신들은 그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올림푸스에 사는 모든 신들이 그녀에게 선물-피땀 흘려 일하는 남자들에게 재앙이 되는-을 주었기 때문에 그녀를 판도라라고 부르라고 알렸다.

     

    아름다운 외모에 사악한 내면

     

    판도라의 창조에 대한 헤시오도스의 묘사는 매우 흥미롭다. 판도라의 본성에 대한 묘사는 거의 같은 방식으로 두 번이나 반복되었다: 첫 번째는 제우스신이 신들에게 ‘악의 선물(gift of evil)’을 만들라고 명령했을 때, 두 번째는 신들이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여자를 만드는 과정의 묘사를 통해서. 이 불필요한 반복은 여자의 '아름답고(beautiful)', '사악한(evil)' 이중적 본성을 더욱 강조한다. 그리스인들에게 여자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워야 한다. 여성은 그들의 외모를 살펴야만 하고 그들의 옷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그것들이 여자가 ‘영광스러운 명성(glorious fame)'을 획득하는 자질들이다. 그러나 판도라의 아름다운 외모에 사악한 내면-수치심을 모르는 마음과 기만적인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헤시오도스는 여성혐오의 고전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창조의 권력은 제우스신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유일신인 히브리신, 하느님과 달리 제우스는 판도라를 혼자 만들지 않는다. 판도라를 만드는 과정에는 5명의 신들과 여신들이 참여한다. 창조의 개념은 제우스신으로부터 나오고 창조는 ‘제우스의 의지에 따라서(according to Jeus's will)'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버지 제우스신은 최초의 인간 여자를 그의 부인과 함께가 아니라 그의 자식들과 함께 창조한다.

     

    창조의 첫 단계는 육체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며 공예의 대가인 헤파이스토스가 ’흙과 물(earth and water)'로 몸을 빚는다. 인간의 육체가 ‘피와 살(flesh and blood)’로 현실화되고 곧 이 무성(sexless)의 육체는 "여신의 얼굴과 사랑스러운 처녀의 모습(face of goddesses and the shape of a lovely maiden)"을 가진 여성이 된다. 따라서 그리스인들의 이야기에서 인간을 여자로 만드는 것은 그녀의 외모, 아름다움이다. 여기까지는 여자의 창조가 제우스의 의지와 헤파이스토스의 공예술의 합작품인 남성신들의 것이었다.

     

    창조의 다음 단계는 여신들에게로 넘어간다. 여자창조에 관여하는 두 여신은 아테나(로마의 미네르바)와 아프로디테(로마의 비너스)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여신은 모두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고 남자에게서 태어났다. 제우스는 그녀의 엄마가 아테나를 임신했을 때 그녀를 삼켜버렸고 때맞춰 헤파이스토스가 도끼로 치자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다. 한편 아프로디테는 하늘신 우라노스의 거세된 생식기에서 나온 물거품으로 부터 탄생했다. 그들이 남성으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에 그들은 어떤 아이라도 진정한 부모는 아버지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악” 판도라

     

    지혜의 여신으로서 아테나는 남성적인 여성의 원형이며, 이복형제인 헤파이스토스와 함께 공예기술을 관장했다. 그러나 추상적인 생각보다 실제적인 지식을 다루는 아테나는 남성과 여성 모두와 소통한다. 방적과 직물짜기 기술은 아테나에 의해 여성들에게 전수된 기술들로 알려졌으며 판도라에게 ‘기술들(skills)’과 ‘직물짜기(weaving)’를 가르친 것도 아테나이다. 그 ‘기술들’과 ‘직물짜기’는 여성을 집안에서 남성들에게 이로운 동반자로 만든다.

     

    아프로디테는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성적인 사랑, 생식력을 대변한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그녀가 부여받은 특권들은 “소녀들과의 속삭임, 미소와 기만, 기쁨, 사랑의 달콤함, 아첨” 등이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는 가장 추남인 불멸의 절름발이신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했으며 그녀는 여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간통을 저지르는 여신이다. 이들 경박하고 기만적인 여신들의 유혹적인 힘과 매력으로 무장한 판도라는 아직 제우스가 의도했던 그런 여자가 되지는 못했다. 아테나는 옷과 보석, 그리고 꽃으로 그녀를 더 치장했다.

     

    여자 창조의 마지막 단계는 다시 남성신에게로 간다. 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이며 동시에 신들의 사자(使者)이며 아르고스 살해자인 헤르메스는 그녀의 가슴에 “거짓말과 달콤한 말들, 도둑같은 마음씨”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그토록 아름다운 악” 판도라는 “저주받은 여자 종족”으로 지상으로 보내졌다.

    판도라 창조의 5가지 요소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여성관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판도라는 1) 제우스의 의지; 개념, 2) 흙과 물; 몸, 3) 기술과 직물짜기; 여성노동, 4) 아름다움과 매력; 여성의 섹슈얼리티, 5) 거짓말과 도둑같은 본성; 암캐같은 마음으로 창조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몸. 기술, 아름다움, 마음 등 여성의 존재와 관련된 상당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도라


    여성혐오의 흔적은 피해갈 수 없는 그녀의 운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도라의 창조는 제우스에 의해 복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시작부터 불행을 배태하고 있었다. 제우스는 인간에 대한 처벌로 그녀를 내려 보낸다. 제우스의 복수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로 잉태가 여성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남성으로 부터 기인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히브리신화의 남성출산과 공통점이 있다. 두 번째로 판도라는 애초부터 창조의 목적이 인류를 괴롭히는데 있었기 때문에 여성혐오의 흔적은 피해갈 수 없는 그녀의 운명이다.

     

    판도라가 지상에 내려오자 모든 것이 변했다. 그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인류는 지상에서 아무런 악도 없이, 그들의 운명을 잡아채는 고통스러운 노동이나 지치게 하는 질병도 없이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판도라가 커다란 궤짝의 문을 열었을 때 모든 종류의 불행들이 빠져나와 지상에 있는 인간들을 전염시켰다.

     

    고전연구자들은 헤시오도스가 판도라(모두 주는 all-giving) 또는 아네시도라(선물을 주는 이 one who sends up gift))라는 대지여신의 이름의 뜻을 거꾸로 뒤집어서 사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 일부에서는 판도라라는 이름의 대지모신을 숭배하는 무리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학 텍스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미니스트 역사학자 거다 러너는 헤시오도스가 판도라신화를 개조함으로써 히브리신화가 인간의 타락과 에덴동산 추방 이야기로 달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러너에 따르면 헤시오도스가 여자의 성적인 본성이 세상에 악을 가져왔다고 여자를 탓하며 그녀에게 인류 불행의 모든 탓을 돌린다는 것이다.

     

    웅녀에겐 극심한 여성혐오 흔적 없어

    헤시오도스는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보여 줬고 그것은 고대 그리스사회를 관통하며 고질적인 특성이 되었다. 헤시오도스의 판도라 이야기는 그리스 청소년 교육의 일부가 되었고 그로인해 많은 젊은이들에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게 되었다. 헤시오도스의 “노동과 하루하루”는 그리스와 에게해 지역의 다양한 부분에서 폭넓게 알려지고 교육되었으며 따라서 헤시오도스 이래 수세기 동안까지 도덕과 법률적 사고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판도라는 히브리신화의 유혹녀 이브와 비교될 수 있고 그녀가 연 커다란 궤짝의 문은 아마도 남성에게 악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여성의 성적 지식을 은유한 것일 수도 있다. 학술적인 연구 뿐 만 아니라 대중적인 차원의 정서도 일반적으로 판도라와 이브의 두 신화 모두 남성들에게 여성의 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여성운동이 활발하던 70년대에 “이브는 덫에 걸렸다(Eve was framed)"라는 페미니스트 슬로건이 등장했었는데 어쩌면 판도라도 그럴지 모른다. 한국판 최초의 여자, 웅녀는 히브리신화와 그리스신화의 경우처럼 극심한 여성혐오의 흔적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국의 경우, 그녀의 모성 기능만 더욱 강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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